통제보다는 믿음과 신뢰를 앞세우는 이런 교장샘도 있습니다.
참고로 정문은 아예 없습니다. 몇년전 학교 진입로 공사때문에 정문을 떼어 내고 다시 제작해서 달아야 하는데, 정문을 왜 잠가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시네요. 부장님들이 밤에 이상한 사람들 많이 들어온다고 걱정하자 똑같은 논리로 대응하십니다. 그럼 한달만 정문 달지 말고 지켜보자고, 벌써 몇년이 지났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새로오신 선생님들은 1년이 지나도 학교 정문이 없다는 것 자체를 모르세요. 당연히 있다고 생각하십니다. 습관이라는게 무서운 것 같아요. 차량통행량이 많지 않은 외곽에 있는 학교라 가능하겠지요.
학교 건물 1층 뒤쪽 주차장쪽으로 향하는 현관문이 항상 잠겨 있었습니다. 사각지대라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차가 잘 보이지 않는 곳이라 학생들이 뛰어 나가면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일부 부장님이 그 문을 개방하자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열어 놓아도 학생들에게 주의를 주면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주 간단한 문제거든요. 바로 답을 하실 줄 알았는데 교장샘은 1층을 사용하는 1학년 부장님을 부르시더군요. 그리고 그 문은 1학년 학생들이 가장 많이 사용해야 하니까 1학년 샘들과 상의해 오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1학년 샘들은 열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내셨습니다. 그랬더니 그럼 선생님들 의견대로 하라고 하시네요.
정말 간단한 문제고 학교 후문도 개방하셨으니 전 쉽게 그 현관문도 열라고 하실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간단한 일도 선생님들 의견을 듣고 결정을 하십니다. 그리고 늘 하시는 말씀. 현관문을 개방하지 않으면 불편하지 않으시겠습니까? 괜찮겠습니까? 선생님들 의견이 그렇다면 그렇게 하세요.
현관문을 열었으면 좋겠다고 건의한 부장님께도 이런 방법으로 선생님들께 질의해서 처리했다고 알려 주시네요.
그밖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잘 생각나지 않아요. ^^
<생각나는 거 계속해서 추가>
1. 술을 좋아하시는데 저녁때 본인이 술먹고 전화하면 절대 받지 말라고 하십니다. 술 취해서 불러 내는 걸 수 있으니
2. 기간제 선생님 뽑는데 정말 열심히 하시는 더 좋은 분을 추천받았다고 했더니, 작년에 기간제 하셨던 분에게 특별한 문제가 있냐고 물으셨습니다. 그래서 그렇지는 않다고 했더니, 그럼 그냥 작년에 하셨던 분이 계속할 수 있게 배려하라고 하십니다. 조금 우월한 위치에 있다고 갑질 하면 안된다고...
3. 이상하게 교장샘 철학이 좋으니 학교에도 그런분들만 모여 드네요. 학생들 생활지도는 힘들지만, 선생님들 분위기는 정말 좋습니다.
4. 우리학교 근무하다가 다른 학교 가신 신규 선생님이 직원회의 시간에 우리학교에서 했던 것처럼 본인소신껏 발언 했다가 미움을 받았다고...
5. 졸업식이나 입학식 또 체육대회 때 교장샘 축사 안하십니다. 졸업식같은 경우 오신 부모님들은 빨리 끝내고 사진찍고 싶어하지 교장샘 축사라고 해서 길게 이야기 하는 것 들으려고 오시는 거 아니라고 그냥 한마디 인사말로 대신하십니다. 그리고 졸업식때 외부상장 수여하는 것도 미리 수상자 따로 모아서 다하고 졸업식 식순에는 없습니다.
상 하나도 못 받는 아이들이 박수만 치면서 있는 건 아니라고...
몇년전 부터는 강당에서 하는 졸업식을 아예 없애버리고, 교실에서 담임샘 주관하에 졸업식을 하게 합니다. 제가 보기엔 간편하면서도 정신없이 지나가는 졸업식이 아니라 반별로 특색있고 알찬 졸업식이 되는 것 같네요.
군대처럼 전체를 모아놓고 행사를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버리셨습니다. 뭣이 중한디~~~
6. 부장회의 시간에 자리 배정하는 걸 없애셨습니다. 교장자리, 교감자리, 교무부장자리 등등 없애시고 그냥 오는 대로 자연스럽게 앉게 합니다. 가끔은 교장샘도 중앙에 안 앉고 한 옆에 앉으십니다. 늦게 오시는 부장샘이 교장샘 자리에 앉는 경우도 있습니다. - 교장샘도 회의시간에 동등한 입장에서 참여하고 싶다고 하시네요.
7. 열심히 하세요 라는 말을 가장 싫어하십니다. 그럼 지금까지는 열심히 안했다는 거냐며 , 그리고 어느정도 해야 열심히 하는 거냐며, 열심히 해라, 학생들을 위해 좀더 희생해라, 좀더 노력해라 이런 말들은 선생님들이나 학생들이 원하는 성과를 이루지 못했을때 책임을 떠넘기는 말이라고, 넌 게으르고 무능한 거야 라는 말과 같다고, 그래서 늘 말씀하십니다. 열심히 하라고 말하지 말고 제대로 하라고 말하라고,
무의식중에 열심히 하겠습니다. 라고 말하면 다시 지적하십니다. 열심히 안 하셔도 됩니다. 제대로 해 주세요.
8. 몇살인지 물어 보거나, 어느 학교, 어디 출신인지를 물어 보는걸 굉장히 싫어하십니다. 새학기 시작하면서 선생님 소개 할때도 이름과 과목만 소개하시고, 어디 출신인지, 어느 대학교를 나왔는지, 결혼을 했는지 이런것 절대 말씀하지 않으십니다. 우리학교에 오신 분은 OOO 선생님일뿐 이분이 어느 대학교를 나왔는지 이런건 중요하지 않다고 하시네요. 아직까지도 이런 선입견을 가지고 자꾸 편을 가르면 안된다고, 학생들도 편견없이 바라보라고 하면서 선생님들이 더 심하다고...
처음 오셨을때 같은 대학 출신 선생님들이 동문회에서 환영회를 해 드렸는데 딱 첫 모임만 나오시고, 그 자리에서 선언하셨습니다. 앞으로 동문회 참석 안하시겠다고, 그리고 정말 편견없이 선생님들 대하려고 노력하세요. 아직도 제가 습관적으로 새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새로 오시는 선생님은 남선생님인지 여선생님인지 물어 보았다가 혼나곤 합니다. 수석교사로서 자질이 없다고, 그게 뭐가 중요하냐고...
9. 이전 학교에서 근평 일등수를 받고 싶어하는 두분의 선생님이 계셨다고 하네요. 서로 교장샘을 찾아와서 일등수를 달라고 하니까, 교장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나에게 말하지 말고 동료평가를 잘 받아 오세요. 전 선생님들 의견을 따릅니다.
10. 성과급 점수 주는 것에서 교장샘이 주는 점수 없애셨습니다. 규정에 따라 주면 되지, 왜 교장점수를 따로 만들어서 나중에 순위를 뒤바꾸냐고,
11. 행정실에도 여러가지 요구를 하십니다. 행정실은 학교 선생님들을 지원하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지 군림하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 아니라고, 전에 제게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교장으로서 행정실에 흠 잡힐 일은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언제나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다고. 생각보다 행정실무에도 상당히 밝으십니다.
11. 제보 받아서 추가합니다.
교감선생님이실때 이야기입니다.
영어교사가 한달동안 연수를 가셔서 기간제를 구했는데 아이들이 거칠어서인지 구해지질 않고
왔던 교사도 하루수업하고는 다시 안오셨습니다. 그래서 한달동안 직접 중3영어수업을 하셨습니다.
아이들이 문제집을 들고 교감샘한테 질문하러 찾아오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수업계인 저는 출장 많은 교감샘 시간표 바꾸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12. 학교에서 학생사안이 발생한 적이 있습니다. 신문기자들이 몰려 오고 학교로 전화가 빗발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교장선생님이 교감선생님이셨을 때 였는데, 담당 부장님 시켜서 객관적인 사실 위주로 A4 용지에 팩트만 기록하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기자가 찾아 오면 모두 교감선생님에게 보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기자가 오면 답변 하지 않으시고 A4종이에 해당되는 부분만 손가락으로 가르쳐서 보여 주시더군요.
그래서 왜 그렇게 하시냐고 여쭈었더니, 기자와 말을 섞다 보면 쓸데 없는 말에 말려 들어서, 나중에 학교관계자도 잘못을 인정했다던가, 미리 알고 있었다던가, 누구편을 들었다던가 하는 식으로 자신들이 원하는데로 기사를 쓴다고 합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말을 섞지 않고, 기자가 질문을 하면 A4종이에 적어 놓은 관련 팩트만 손가락으로 가르치면서 답변하셨습니다.
사람이 말을 섞다 보면 실수를 많이 하게 됩니다. 기자들이 질문을 통해 '맞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라는 답변을 끌어내고, 자신의 입 맛대로 기사를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감정을 드러내지 말고 팩트만 말하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