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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개정 교육과정 천재교과서 과학교과서 집필

민서아빠(과학사랑) 2024. 8. 28. 21:28

천재교과서에서 2022 개정교육과정 과학교과서 집필진으로 참여 했다.

그 결과물인 2022 개정교육과정 과학교과서가 나왔다.

 

어제 학교 도서관에 가보니 6종의 과학 교과서가 도착해 있었다. 그 중에 내가 참여한 책도 있어서 반가웠다.
교과서를 쓴다는 것은 고된 일이다. 
저기에 이름 하나 올리려고 이 고생을 한건가?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교과서에 채택되기는 쉽지 않다.
재미는 있지만 그것이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것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교과서는 항상 보수적이다.
기존에 사용하던 실험을 다시 사용하는 것이 다반사다.

 

뭔가 바꾸고 싶었지만 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집필진으로 참여하면서 
특별한 실험도구 없이 주변에 있는 것들로 쉽게 할 수 있는 실험들을 만들고 싶었다.
 
과학은 과학실에서 과학자만 하는게 아니라, 주변에 있는 것 가지고도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실험하고 나면 버려져서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게, 가능하면 재료를 망가뜨리지 않고 실험할 수 있게 하는데도 신경을 썼다. 
모든 아이디어가 채택되지는 않았디만 그래도 몇가지는 새로운 실험을 넣는데 성공했다.
 
 

1. 마찰력 실험에서 나무토막과 용수철을 빼 버렸다.

 
어차피 2022개정교육과정에서는 마찰력 크기 계산하지 않는다. 상황에 따른 크기 비교만 하면 된다.
양면장갑과 물병 하나면 된다. 직관적이라 좋다.
 
다양한 물건 중에 물병을 사용한 이유가 있다. 마찰력 실험에서는 물체의 무게와 마찰력과의 관계를 탐구해야 하는데, 기존 나무토막의 경우에는 무게를 증가시키기 위해 추를 올려 놓거나, 나무토막 여러개를 쌓아 올리곤 했다.
물병을 사용하면 물병안에 물의 양을 조절하는 것 만으로도 간단하게 무게를 변화 시킬 수 있다. 
물병에 씌운 양면장갑을 뒤집는 것 만으로도 접촉면의 거칠기도 바로 변화 시킬 수 있다.
 
실생활에서 고무가 칠해진 양면 장갑을 사용하는 이유까지도 이해시킬 수 있다.
 
여담인데 한미 군사훈련 할 때 가죽장갑을 끼고 작업하는 미국 군인들이 잘 안미끄러지는  양면 목장갑을 끼고 작업하는 우리나라 군인들을 무척 부러워 한다고 한다. 
 

2. 탄성력 실험에서도 간단하면서도 쉽게 해 볼 수 있는 실험으로 바꿨다.

 
 
컵2개와 고무줄로 직접 만들어서 놀아 보면, 탄성력의 방향과 크기를 쉽게 알 수 있다.
 
교과서에는 채택되지 않았지만 교사용 지도서에  응용해서 컵에 날개를 달아 로켓을 만들어 시합도 할 수 있고, 컵에 구멍 뚫어서 활로 바로 변형시킬수도 있는 내용도 넣어 놓았다.

 

참고로 컵에 로켓처럼 날개를 달면 손으로 들고 발사할 수도 있다. 
표적 맞추기나, 정해진 거리에 가까이 떨어지게 하기 게임도 할 수 있다.
 
또 시간이 된다면 컵을 얼만큼 눌렀을 때  컵이 어느정도 올라가는지를 표를 그려 탐구하고, 물로켓 대회 처럼 일정한 거리를 즉석에서 제시하면 가까이 떨어지는 팀이 승리 하는 경기를 할 수도 있다. 
 

3. 힘의 평형 실험은 마땅한 실험이 없어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이것도 용수철 2개를 가지고 직관적으로 바꿨다.
클립을 손가락으로 눌러 고정시켜 움직이지 않게 하고 양쪽에 용수철을 걸고 원하는 만큼 힘을 가한다. 
어느 한쪽 힘이 커지면 중간에 클립을 놓는 순간 힘이 큰 쪽으로 끌려 간다.
알짜힘이 큰 쪽으로 물체는 힘을 받는다. 알짜힘이 더 크면 더 빨리 끌려 간다. 
묘미는 그러다가 결국 멈추게 된다는 점이다.

멈췄을 때 용수철 저울로 힘의 크기를 확인해 보면, 좌 우 힘의 크기가 같고 방향이 반대인 힘의 평형상태라는 걸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힘이 평형이 되면 클립은 움직이지 않는다.

 
 

4. 지금 쓰고 있는 2학년 교과서에서도 옴의 법칙 실험을 새로운 방법으로 도전하고 있다.

 
무거운 전원장치와 복잡한 도선연결로 실험하기 힘든(학교에서 잘 안하는) 옴의 법칙 실험을 정말 쉽게 할 수 있도록 바꿨다.
(수십년간 고정된 변하지 않은 실험이라, 변화를 주는게 쉽지 않았다.) 집필진과 고민을 많이 했지만, 결국 시도해 보기로 했다. 뭔가 변화는 필요하다. 기존걸 그대로 답습하면 변하지 않는다.
다행히 교과서에 들어갈 실험사진 찍는 분들이 깜짝 놀라셨다고 한다. 이렇게 쉽게 실험할 수 있냐며... ^^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교과서 나오면 공개. ^^
 

5. 새로운 뭔가를 만든다는 건 재미있지만 힘든 일이다.

 
특히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으면 재미도 없고, 정말 하기 싫어 진다.
교과서가 그렇다.
아이디어를 내도, 대부분 잘린다.
지난 2년간 어려운 시기도 있었지만, 결국 교과서라는 결과물이 나와서 좋다.
긴 시간을 함께 해주신 훌륭하신 선생님들과 천재교과서 집필진 분들에게도 이자리를 빌어 감사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