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수관련자료/연수책자

신규교사와의 만남 강의자료

by 민서아빠(과학사랑) 2008. 8. 20.

선배교사와의만남강의자료.hwp
0.02MB

2006년 2월 경기도 교육청 신규교사연수때
선배교사와의 만남에서 발표했던 강의 원고입니다.

제가 초임때 교사를 하면서 겪었던 일들과 해결해 나간 방법들이 적혀 있습니다.

특히 선생님들께서 힘들어 하시는

집단따돌림(왕따)문제, 체벌문제, 촌지문제등에 대한 저의 소견을 적어 놓았습니다.
(지금이랑 정서가 많이 달라요. 지금은 체벌같은 것 하면 안되고, 촌지도 없지요)

창피해서 공개하지 않으려 했으나
읽어보시고 도움이 되실 선생님들이 계실 것 같아서 올려 놓습니다.

지금 다시 읽어 보니, 현재의 저 자신을 또 많이 반성하게 되는 군요.

<아래는 강의 원고에 있는 내용입니다.>-------------
<선배교사와의 대화 원고>
경기도 부발중학교 김정식
(http://sciencelove.com)
. 시작하며
며칠전 신규교사 연수에서 선배교사와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해달라는 원고청탁을 받고 과연 제가 이 자리에 설 수 있는 교사인가를 다시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교직에 첫 발을 들여놓은지 벌써 10년이 되었습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정말 많은 것이 변했고, 또 앞으로도 많은 것이 변해 갈 것입니다. 오늘 이시간에 10년이라는 시간동안 제가 교사를 하면서 경험했던 이야기와 여러분들과 함께 생각해 보고 싶은 이야기들을 해 보고자 합니다.
Ⅱ. 현장에서 겪는 일들
1. 첫발령을 받으며
제가 첫발령을 받은 학교는 경기도 이천시에 위치하고 있는 42학급에 학생수가 2000명, 교사수가 70명이 넘는 규모가 큰 남자 중학교 였습니다. 그 당시 저는 약간의 두려움과 걱정이 앞서긴 했지만,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말끔하게 양복을 차려입고 처음으로 교문을 들어설때의 기분, 또 나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학생들과의 만남은 모든 것을 설레게 했습니다. 처음으로 학교현장에서 맞닥뜨린 문제는 몇 학년을 가르칠 것이며, 몇 학년 담임을 할 것이며, 수업은 몇 시간을 할 것인지, 또 업무는 어떤 것을 할 것인지 하는 문제들이었습니다.
2. 아이들과의 첫 만남
제가 처음으로 맡은 학년은 3학년 담임이었습니다. 우리반 학생수는 50명이 넘었고, 학생들 중에는 2년간 유예한 복학생도 있었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저에게 있어서는 파란만장한 교직생활의 시작이었습니다.
담임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아이들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정환경을 파악하는 일은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손자병법에서 말하기를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 백번 이길 수 있다’고 했습니다. 내가 가르칠 아이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는 어떤 교육방법도 효과가 없습니다.
학기초 아이들을 파악하기 위해 설문조사, 상담, 또 이전학년 담임선생님들과의 대화를 통해 아이들의 행동과 특성을 파악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아이는 1학년때부터 도벽이 있고, 어떤 아이는 자기주장이 강하고, 어떤 아이는 부모님과 떨어져 살고 있고... 등등. 집안사정이 어려워 학비도 내지 못하는 학생에게 교과서와 노트가 없다고 벌주고 야단치는 것과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학기초 아이들 파악은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지는 마십시오. 아이들에 대한 선입견이 그 아이의 인생을 망칠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3. 처음으로 체벌을 하다.
발령받기전 저는 학생들을 체벌하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군대에서 3년동안 복무하면서도 후임병들을 한 대도 때리지 않고 제대 했던 저는 처음으로 중학교 학생들을 맡았을 때 이렇게 귀엽고 착한 아이들에게 체벌이란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느날 5명의 아이들이 아침자습시간에 1학년 반에 들어가 가방을 뒤지다가 교무실로 잡혀오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반성문을 쓰게 하고, 정말 진지하게 대화를 하고,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는 거야, 지나간 일은 중요하지 않다. 앞으로가 중요하지!’ 라는 말로 상담을 하였습니다. 아이들은 모구 고개를 숙이고 반성을 했고, 사건이 잘 마무리 되는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날 체육시간에 1학년 교실을 뒤지던 아이들이 학생부 선생님께 발각이 되어 교무실로 또 잡혀와 있었습니다. 마음이 답답했지만 또 참았습니다. 말로도 충분히 설득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그리고 다짐을 받았습니다. ‘2번까지는 실수라고 할 수 있지만, 3번째 또 똑같은 일을 한다면, 그건 실수가 아니다, 그때는 선생님에게 맞을 것이다.’ 아이들은 무릎을 꿇고 모두 반성하고 있었습니다. 그날 운동장 조회가 있는 날이라 교무실에 벌을 세워놓고 운동장으로 조회를 나갔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벌을 서던 아이들이 중간에 또다시 1학년 교실을 뒤지고 다녔던 것입니다.
선생님의 말을 잔소리로 듣고, 앞에서는 잘하는 척 하다가, 바로 돌아서면 또다시 나쁜짓을 하고 다니는 아이들을 보니,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습니다. ‘너희들이랑 선생님이랑 입장을 바꿔보자. 이 시점에서 너희가 선생님이라면 어떻게 하겠니?’ 그랬더니 아이들이 ‘때리겠다’ 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날 처음으로 체벌을 하였습니다. 말로 할때는 퉁명스럽게 잘못했다고 이야기 하던 아이들이 체벌을 하고 난 뒤에는 눈물을 흘리며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싹싹 빌고 있었습니다. 잘못한 아이들은 말이 아니라 체벌로 다스려야 하는가? 체벌은 아이들에게도 또 교사에게도 큰 상처를 남깁니다. 체벌 한 날 아이들은 하루종일 쩔뚝 거리면서 걸어 다녔고, 하루 종일 제 기분도 씁쓸했습니다.
체벌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습니다. 선생님 앞에서 불손한 태도를 취하던 아이들도 체벌을 가하면 바로 공손해지고, 떨어지던 성적도 체벌을 가하고 나면 올라갑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 시점에서 꼭 기억해야 할 것은 아이들은 짐승이 아니라 한명의 인격체라는 것입니다. 체벌로 해서 변할 수 있는 아이라면 체벌을 하지 않고도 변화를 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체벌을 하고 났을때는 반드시 사후처리가 중요합니다. 체벌을 가하면서 주고받는 말들은 서로 흥분된 상태에서 오가는 말이기 때문에 별의미가 없습니다. 수업이 끝날 무렵 맞았던 아이들을 다시 불러 엉덩이를 어루만져 주며 위로해 주었습니다. 서로 쳐다보며 웃어주었고, 그 사건이후 그 아이들과 더욱 친해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체벌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선생님의 진심입니다. 단지 학생들을 화풀이 대상으로 보느냐, 아니면 사랑의 마음이 포함되어 있느냐 하는 겁니다. 그 결과는 맞은 학생들이 더 잘 압니다. 내가 아무리 사랑의 매를 들었다 해도 학생들이 체벌로 받아들인다면 그건 사랑의 매가 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교사가 진심어린 마음으로 학생들을 대하게 되면 학생들도 반드시 교사의 진심을 알게 된다는 것입니다.
4. 초보 선생님과 베테랑 학생
습관적으로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학생들 중에는 이미 그 행동에 익숙해져서 고치기 어려운 학생들도 있습니다.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들 중에 많은 학생들은 이미 그 분야에서는 베테랑이 된 학생들입니다. 자신이 잘못했을 때 어떻게 반응을 해야 덜 혼나는지, 선생님이 야단칠 때는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하는지를 이미 오랜 시간동안 경험을 통해 숙련된 아이들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많은 선생님들이 그 학생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해서 수많은 반성문과, 상담으로 훈련을 시켰고, 이제 숙련된 그 학생은 선생님의 말 한마디만 들어도 오늘은 어떻게 날 야단치시려고 하는 구나. 또 어떻게 대처해야 하겠구나. 하는 것을 이미 꿰뚫어 보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반 아이 중에는 어머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아버님은 행방이 묘연하고 할머니와 살고 있는 K군이 있었습니다. 개학한지 며칠 후부터 K군이 거의 매일 지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너 커서 뭐가 되려고 그래, 너 왜 선생님이랑 약속을 안 지키니, 너 뭘 잘못한지 알겠니?’ 지각할 때 마다 불러다 혼내기도 하고 달래기도 하고, 여러 가지방법으로 접촉을 시도했지만, K군은 이 분야에 있어서 이미 오래전부터 숙달된 학생 이였습니다. 거의 모든 질책과 야단에 거의 무반응으로 일관했습니다. 상담을 하거나 야단을 치다보면 꼭 벽에다가 혼자 이야기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K 군은 선생님한테 혼나지 않는 방법과 자신을 빨리 포기하도록 하는 방법에 익숙해 져 있었습니다. 상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학생의 반응이 없는 경우에는 접근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저는 우선 K군이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를 파악했습니다. 공부에는 흥미가 없지만 무엇을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아내고, 의도적으로 학교에서 남겨서 과학상자를 만들어 보도록 지도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컴퓨터 게임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고 어느 날 살짝 불러서 ‘선생님이 요즘 스타크래프트를 하는데 테란으로 저그와 싸워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니?’ 라고 질문을 던지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전혀 반응이 없던 K군이 30분 동안 침을 튀겨 가며 연습장에 그림을 그려가며 신나게 설명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후 K군과의 관계가 좋아졌고,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교사는 학생과 눈높이를 맞추어야 합니다. 생각하는게 다른데 나의 생각만을 강요하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 한지를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나 자신을 조금만 낮추어서 아이들 눈높이로 내려가면 아이들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컴퓨터 오락을 한번도 해보지 않은 선생님이 밤새워 컴퓨터 오락만 하는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5. 돈과 바꾼 제자
성격이 강해서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던 아이가 하나 있었습니다. 매사에 불만이 많고 강한 성격탓에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잦은 다툼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데려다 상담을 해보면 항상 작은일에도 불만이 많은 아이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 아이의 부모님이 저의 자취방을 찾아오신 일이 있었습니다. 맞벌이 부부를 하시던 부모님은 아이에게 관심을 가져줄 시간이 부족하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3학년 올라와서 담임선생님께 인사를 하러 왔다는 것입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 후 부모님은 저에게 돈 봉투를 내미셨습니다. 물론 안된다고 끝까지 거절했지만 억지로 떠맡기시고 달아나듯이 가 버리셨습니다. 봉투 안에는 그 당시에 월급의 30%에 해당하는 큰돈이 들어 있었습니다.
촌지를 받았을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받은 촌지를 어떻게 돌려주느냐 하는 겁니다. 섣불리 잘 못 돌려주면 부모님들은 ‘담임선생님이 우리아이를 무지무지 싫어하는지, 아니면 액수가 작은지’ 여러 가지 고민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또 아이를 통해 ‘이거 부모님 가져다 드려라!’ 하고 보내 버리면 잘못하는 경우에는 아이도 상처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다행히 저희학교는 아이들이 한달에 한번씩 저축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저축하는 날 그 돈을 아이의 통장에 입금시켜 주었습니다. 아이에게는 전에 부모님 오셨을 때 ‘네가 저축을 잘 안한다’고 말씀드렸더니 저축이 무지 중요하다고 하시면서 다음 저축날 저금해 달라고 주고 가셨다고 이야기하고, 부모님이 서운하시지 않게 전화 드려서 ‘저에게도 작은 교육관이 있습니다. 죄송합니다만 마음만 고맙게 받겠습니다. 아이에게는 이렇게 말해 놓았습니다’ 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그 후 그 아이의 행동은 눈에 띄게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제 말을 누구보다도 잘 따랐고, 졸업하고 군대 가기 전까지 매년 꼭 전화를 해서 안부를 묻곤 했답니다. 졸업식날 일부 학부모님들이 찾아오셔서 ‘선생님한테 선물을 들고 찾아뵙고 싶어도 우리아이가 우리 담임선생님은 그런거 좋아하지 않아 라고 말해서 한번 선물도 못했다’라는 말씀을 하실 때 저는 속으로 깜짝 놀랐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은 아이들도 자신의 선생님이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자기 자신이 아이들 앞에 부끄럽지 않을 때 아이들 앞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교육관을 펼칠 수 있지 않을까요?
6. 설문조사 - 스스로 오게 하라
학급을 관리하면서 꼭 겪게 되는 일 중에 하나가 학급에서 발생하는 도난사건, 집단따돌림과 같은 불미스러운 사건들입니다. 선생님들도 학교 다니실 때 설문조사나, 없어진 돈이 나올 때 까지 단체기합을 받은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저희반에서도 도난사건이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도난사건의 경우에는 범인을 못 잡으면, 도난사건의 횟수가 계속해서 늘어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가 사용한 방법은 설문지를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설문지를 사용할 때는 몇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설문조사에 ‘내가 아는 걸 쓰니까 해결이 되는구나’라는 확신을 심어주어야 합니다. 첫 번째 설문조사 결과 별 변화가 없으면 두 번째 설문조사부터는 무의미 해 진다고 봐야 합니다. 설문조사는 자주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번 하더라도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도 저는 중요하지 않은 설문조사(가끔 학교에서 통계를 내기 위해 하는 설문조사)의 경우에는 아이들에게 미리 이번 설문조사는 해결해 주지 않을꺼라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일이 발생했을 때는 자체적으로 설문지를 만들어 ‘여기에 쓰면 확실하게 해결해 준다’라는 믿음을 가지게 한 후 설문조사를 합니다. 이때는 설문지도 제가 직접 돌아다니면서 걷습니다.(보통 말썽을 피우는 아이들이 뒤쪽에 앉기 때문에 뒤에서 걷어오라고 하면 앞에 앉은 아이들은 두려워서 설문지를 백지로 내는 경우가 많답니다.) 그리고 설문지를 쓰기전에 분위기를 잡는 것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설문지 쓰는 시간보다 분위기 잡는 시간이 더 많을때도 있습니다. 저는 설문지를 조사하기 전에 이런 말을 주로 합니다.
‘자신의 이야기 보다는 우리반에 정말로 도움이 필요한 친구의 이야기를 써라.’ ‘친구가 괴로워하거나 잘못된 길로 빠지는 것을 보고도 모른 척 하는 녀석이 더 나쁜 녀석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가 나쁜길로 빠질 때 선생님에게 알려서라도 말려줄 수 있는 친구가 단 한명도 없다면 너희들은 인생을 잘 못 산것이다.’ ‘자신의 잘못은 친구보다 자신을 통해서 듣고 싶다.’ ‘자신의 잘못을 자수할때는 어떤 친구와 잘못했는지도 함께 적어라.’ ‘이곳에 쓰는 모든 내용은 끝까지 비밀을 보장한다.’
설문조사는 할 때 보다 하고나서가 중요합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돈문제를 먼저 해결해 주는 것입니다. 돈을 빌리고 갚지 않는 아이들 명단이 파악되면, 그 아이들을 불러다 제가 가지고 있는 돈으로 그 다음날 당장 갚게 하고 꾼 돈은 선생님에게 가지고 오게 합니다. 꿔준 돈을 받은 아이들은 설문지에 쓰기만 하면 해결된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고 그다음 설문조사 할 때 더 많은 내용들을 적게 됩니다.
설문조사 결과 집단따돌림을 시키는 아이들 명단이 파악이 되었다 해도 절대 그 학생들을 잡아내서는 안 됩니다. 제 경험에 의하면 선생님이 잡아다 잘못을 자백 받고 지도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어 보이지만, 또 다른 문제를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부터는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집단따돌림을 시킨 아이들이 스스로 찾아 오도록 그 다음날부터 압력을 넣어야 합니다. ‘집단 따돌림을 시키는 아이들 명단이 파악 되었다. 스스로 자수한 아이도 있고, 자수하지 않은 아이도 있다. 선생님은 너희들이 올 때 까지 기다리겠다. 혹시 자신의 설문지에 적지 않았다면 선생님을 찾아오너라.’ 2-3일 정도면 거의 대부분이 아이들이 자수를 하러 오게 됩니다. 그 이후부터는 지도하기가 훨씬 더 쉬워집니다. 잡아서 끌고 간 아이들을 야단치다 보면 ‘그냥 장난이었는데요’라고 말하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반해, 스스로 온 아이들은 이미 자신이 무엇을 잘 못 했는지를 인정하고 오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된 설문조사의 효과는 대단합니다. 제대로 된 설문조사를 통해 아이들에게 ‘설문지에 쓰면 반드시 해결된다. 내가 잘못된 길로 갈 때 나를 걱정해 주는 친구가 반드시 있다. 다음번 설문조사때 또 잘못을 하면 선생님이 반드시 알아낸다.’ 라는 확신을 심어주면 성공하는 것입니다.
이런 설문조사를 통해 도벽이 있는 친구를 알아내게 되었고, 그친구가 범인인지 아무도 모르게 도난당한 물건들을 다시 주인들에게 돌려주었답니다. 제가 돌려준 방법은 잊어버린 물건을 교실 청소도구함 처럼 잘 안 보이는 곳에 미리 숨겨 놓고, 그 다음날 물건을 잊어버린 아이에게 ‘참! 너 저번에 잊어버린 물건은 찾았니? 전에 보니까 교실 구석에 이상한 물건이 돌아다니던데, 청소도구함 같은데도 찾아 봤니?’ 라고 말하며 눈에 잘 띄지 않는 공간에서 잊어버린 물건을 찾게 합니다. 그리고 ‘이런 비싼 물건을 왜 학교에 가져오며, 왜 관리를 잘 안하냐’ 며 야단을 친답니다.
7. 교사는 경찰이 아니다. - 처벌보다는 예방을
그 후 설문조사를 통해 우리 학급뿐 아니라 학교전체에 관한 많은 사건들을 밝혀내고 해결했습니다. 저 스스로 ‘나는 유능한 교사야’ 하며 뿌듯해 한 적도 있습니다. ‘사건만 생겨봐라 바로 잡아낼테니...’
하지만 어느날부터 무언가 잘 못 되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교사는 경찰이 아닙니다. 교사는 잘못한 학생들을 잡아서 처벌하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왜 미리 그 학생들이 잘못된 길로 접어들기 전에 막을 수 없었던 걸까요? 교육은 처벌보다는 예방이 중요합니다. 그 후로는 학기초에 잘못을 하면 이런 방법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잡아 낸다라는 것을 미리 설명을 하며,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게 하는 활동에 비중을 두고 있답니다.
우리는 항상 담배피는 학생들을 잡아다가 금연교육에 열을 올립니다. 저는 학기초마다 교실에서 담배피지 않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흡연 교육을 꼭 합니다. ‘이렇게 담배를 펴라! 하지만 한번 피기 시작하면 마약이라 끊을 수 없고 건강에도 해롭다는 것을 명심해라!, 선택은 너희들이 해라’ 학교생활에서 여러분은 수많은 사건들과 맞닥뜨리게 될 것입니다. 제가 여러분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그 사건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런 사건들과 접할 때 마다 왜 이런사건이 발생했는지 원인을 파악해서 앞으로 다시는 이런일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을 할 수 있는 현명한 교사가 되달라는 것입니다.
8. 다양한 경험과 창의력을 위해
교사의 중요한 역할 중에 하나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직간접 경험을 시켜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뛰어난 스승에게서 뛰어난 제자가 나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분들이 먼저 많은 생각과 경험을 하십시오. 그리고 그것들을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십시오. 아이들은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의 목표를 세우고, 미래를 설계합니다. 다양한 창의력을 키워 주십시오. 아이들은 선생님의 행동을 본받아 창의력을 키워 나갑니다.
여러분에게 부탁드리고 싶은것은 지금 이시간 이후에 보고 듣는 모든 것들을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한 자신의 경험으로 축척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창의력을 교육시킬 수 있는 교사가 되라는 것입니다. 인터넷을 검색 하면서, 신문기사를 보면서,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물건을 보면서도 항상 나의 교과와 연관을 지우려고 노력하십시오. 여러분이 노력하고 경험한 만큼 아이들도 간접경험을 하게 될 것이며 여러분이 창의력을 발휘한 만큼 아이들도 창의력을 발휘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교사로서의 전문성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Ⅲ. 글을 마치며
1. 희망을 품고 희망을 주는 교사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심어주고 싶은 것은 무엇입니까? 선생님들의 지식입니까?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나로 인해서 수학문제, 과학문제를 1문제 더 풀게 된 것에 만족한다면, 선생님은 그냥 지식을 전달하는 전달자일 뿐입니다. 학원교육이나 인터넷을 통한 교육과 같은 사교육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학생들에게 지식과 더불어 희망을 심어 주십시오. 노력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 내가 남을 사랑하면 남도 나를 사랑해 줄 것이라는 희망, 오늘 힘들고 어렵더라도 내일은 오늘보다 더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 나에게 닥치는 시련과 고통을 극복할 때 나의 꿈을 향해 조금씩 나갈 수 있다는 희망, 그리고 꿈은 노력하면 반드시 이루어 진다는 희망을 심어 주십시오.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선생님만이 아이들에게도 희망을 줄 수 있습니다. 선생님 스스로 ‘저 녀석은 아무리 해도 안돼’ 라는 생각을 가지고 가식적으로 희망을 심어주는 척 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선생님 자신이 희망을 품고 아이들을 대해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마십시오.
2 칭찬과 사랑으로 피어나는 행복
매일 아침 교실에 들어가 하루의 시작을 잔소리로 시작하는 선생님이 있습니다. ‘교실이 왜 이렇게 더러워!’ , ‘또 떠들고 장난치니?’ , ‘조용히 안해’ 등등... 하루의 시작이 벌써 행복과는 거리가 멀어집니다. 반복되는 잔소리를 듣는 아이들도, 하는 선생님도 매일 매일의 시작이 함께 힘들어 집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은 잔소리에 무감각해지고, 선생님은 ‘왜 우리반 아이들은 내말을 잘 안 들을까?’ 하는 생각에 우울해 집니다. 그러다 보면 말은 점점 거칠어지고, 폭력교사로 변해가기 시작합니다. 그런 선생님에게 교육받은 아이들은 욕도 잘하게 되고 폭력도 잘 휘두르게 되지 않을까요?
함께 행복해 지는 방법이 있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라는 이야기가 있듯이, 매일 아침 교실에 들어갈 때 좋은점을 한가지씩 찾아내서 지적해 주십시오. ‘오늘은 아침햇살도 따사하네. 어제 지저분하던 유리창이 깨끗해 져서 그렇구나! 역시 우리반은 멋있어.’ 아침마다 아이들도 행복해지고 선생님도 행복해 진답니다.
꼭 기억하십시오. 내가 아이들을 사랑하는 만큼 아이들도 나를 믿고 따른다는 것을. 교사의 행복은 아이들이 행복해 할 때 저절로 생겨난다는 것을.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