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모습의 그림을 본 일이 있다.
어두운 밤에 한 여자가 해변에 서있는 모습이었다.
그림 한 구석에는 등대에서 불빛이 먼 바다로 뻗어나가고 있었고 그 여자는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먼 바다 수평선을 응시하고있는 그림이었다.
누구나 한번 쯤은 입장을 바꾸어 서있고 싶은 모습일 것이다.
멋있는 그림이긴 하지만 그 그림에서 과학적 오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물론 예술작품은 예술 그 자체로 이해를 해야지 거기에 과학의 잣대를 가지고 오류를 발견하려고만 한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나 자신도 그런 사람이 있다면 별로 가까이 하고 싶은 마음은 없을 것이다. 단지 그 때 문득 그 생각이 들었고, 지금 또 문득 그 생각이 나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다.
그림에서 문제는 그 여자의 휘날리는 머리카락이었다. 어두운 밤에 해변에서는 바다에서 육지로 바람이 부는 것이 아니라 육지에서 바다 쪽으로 바람이 분다. 소위 이야기하는 해풍이 아니라 육풍이라는 것이다.
해륙풍의 원리는 이미 중학교 과학 시간을 통하여 배웠을 것이다. 낮에는 비열이 작은 육지가 바다보다 먼저 가열이 되어 가열된 공기가 상승을 하고 그 자리를 메꾸러 바다에서 육지로 바람이 분다. 반면에 밤에는 육지는 먼저 식고 바다가 육지보다 따뜻하기 때문에 바다 위의 공기가 상승하고 그 자리를 메꾸러 육풍이 부는 것이다.
때문에 그 그림을 과학적 토대를 바탕으로 다시 그린다면 여자의 모습은 응시하고 있는 바다를 향하여 머리카락이 휘날리는 (뒤통수에서 얼굴 쪽으로) 조금은 볼성 사나운 모습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해륙풍은 옛날 어부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문제이었다. 해 뜨는 새벽 어망을 챙겨서 바다에 나가면 바람은 육지에서 바다로 분다. 이 바람을 이용하여 돛을 올려 바다에 쉽게 나갈 수 있었다. 적당한 곳에서 돛을 내리고 멈추어 고기를 가득 잡은 후 오후가 되어 돌아올 때가 되면 바람의 방향은 바다에서 육지 쪽으로 바뀌어 있다. 이제는 그 해풍을 돛에 받으며 여유있게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이다.
만일 이러한 해륙풍이 없었다면 먼 바다까지 어부는 노를 저어 나가야 할 것이고 그 수고는 여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이 또한 자연의 멋진 선물이 아닌가!
무심히 생각하는 해풍 육풍이지만 여기에도 밤과 낮의 주기성과 규칙이 있다. 어떠한 자연 현상도 무심히 지나칠만한 것은 없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추리퀴즈 형태로 제시하면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
용의자를 잡았는데 용의자는 한밤에 해안가를 산책하다가 절벽위에 있는 여인의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라 보고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알리바이를 증명하기 위해 위 그림을 제시하였다.
우리는 이 용의자가 범인이란걸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최소한 보고 그린 그림이 아니라는 것을 과학적오류를 통해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