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담임할때 사용했던 방법입니다.

학생들과 담임사이에 가장 많은 갈등요소 중에 하나가 청소문제인것 같습니다.
학기초 부터 청소를 잘 안하는 아이들과 좀더 깨끗하게 시키려는 담임과의 갈등이 시작되지요.

선생님들은 교실이 어느정도 깨끗해져야 만족하시나요?

학생들 입장에서 오늘은 정말 열심히 청소했다고 생각했는데
휴지통 옆에 떨어진 휴지 하나를 지적하며 '청소 깨끗이 안할래?' 라고 말하고 계신건 아닌지요

'저는 가능한 청소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요즘 학생들이 청소를 잘 못하기도 하고, 청소문제는 끝이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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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담임할때 이런 방법을 사용해 보았습니다.

그날도 종례를 하러 교실에 들어갔습니다.
우리반 교실 청소상태는 역시 엉망이었습니다.
담임으로서 언제까지 말 안하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었지요.
그전에 입버릇 처럼 항상 '선생님은 너희를 믿는다. 내일은 좀더 깨끗하게 청소할 수 있을거야' 라고 말해 왔지만
더이상은 말로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모두 책상위로 올라가!' 라고 말했습니다.
반 아이들은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으로 무릎끓고 책상위로 올라갔습니다.

'편안하게 책상다리 하고 앉아라. 그리고 공부할 책을 꺼내서 공부하도록'
'시험도 얼마 안남았는데. 너희들이 청소하느라 너무 힘든것 같구나. 선생님이 이해 못해서 미안하다.'

그리고 제가 빗자루를 들고 교실 앞쪽부터 구석 구석 쓸기 시작했습니다.
천천히 꼼꼼하게 쓰니까 한 30분 정도 걸렸습니다.

아이들은 집에 빨리 가고 싶어서 선생님 청소가 언제 끝나는지 조바심을 내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빗자루질이 끝나자 아이들 얼굴에 조금씩 화색이 돌기 시작하더 군요.

그래서 한마디 더
'자 이제 걸레 빨아다가 걸레질 해야지!'
그날 1시간 정도 청소했습니다.

청소에 대한 이야기 한마디도 안하고, 청소가 끝난다음

'내일도 청소는 선생님이 한다. 청소시간에 공부할 것 준비해 오너라'

그리고 종례를 하고 모두 귀가 시켰습니다.



다음날....

청소시간이 되자 반장이 교무실로 찾아왔습니다.
'모두 책상위에 올라가서 공부하고 있으라고 그래라. 선생님이 청소하러 갈테니까...'

반장이 말하기
'선생님! 저희한테 기회를 한번만 주십시요. 깨끗이 청소하겠습니다.'

'아니야! 선생님의 의도는 그게 아니야. 정말 너희들 시험공부하라고 하는거야. 선생님이 청소할께'

'아닙니다. 선생님 벌써 아이들이 청소시작했습니다. 기회를 한번만 더 주십시요'

못이기는 척
'그래? 그런뜻이 아니었는데, 알았다. 이따 가봐서 깨끗하면 그냥 종례하고, 청소하기 힘들어 하는 것 같으면, 오늘도 선생님이 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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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화 한번 안내고, 제가 원하는 바를 이루었습니다.
그날 교실에 들어가서
 
'정말 청소 깨끗이 잘했구나.! 역시 너희들은 선생님이 생각했던대로야. 오늘도 선생님이 청소해주려고 했는데 미안하네....'
라고 하며 마음껏 칭찬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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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 열심히 한 아이들도 기분좋고, 청소를 시킨 저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 효과는 ...   (예상하시겠지만) 일주일 정도 지속되면 원래 상태로 돌아온답니다.

지금도 그때 담임했던 반 아이들을 만나면 그 이야기를 합니다.


화 안내고 청소시키는 방법, 아이들과의 갈등을 줄이는 방법  어렵지 않습니다.


Posted by 민서아빠(과학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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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름다운 2013.08.18 22: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중학교 과학교사입니다. 종종 선생님의 블로그에 들러 자료를 얻어가곤(정말 감사히 쓰고 있습니다) 했는데 이런 소소한 이야기가 참 와닿습니다. ^^ 언제나 많이 배워가고 얻어갑니다. 감사합니다!

    • 민서아빠(과학사랑) 2013.08.19 00: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감사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갈등관계를 없애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압에 의해 굴복시킬 수 있지만 그것은 새로운 갈등의 시작이 될 수도 있습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 보면 갈등 없이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방법도 어딘가에는 꼭 있다고 생각합니다.

  2. 달맞이꽃 2013.08.20 10: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방학 마치고 이전 주소로 가니 안 보여서 가슴이 철렁했네요.
    다행히 네이버에 사이언스러브를 치니 나오네요. (저도 중학교에 근무하고 있어요)
    평소에 너무 활용 잘 하고 있거든요. 감사합니다.

  3. MJ 2014.03.02 16: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에 신규임용되는 교사에요.
    하나하나 부딪히며 배우려고 마음먹었는데도 계속 뭘 준비해야하나 걱정이앞서네요ㅠㅠ
    선생님 블로그에서 많은것들 얻어갑니다^^

  4. xian03 2014.03.15 19: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초등학교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들를때마다 정말 대단하시다는 생각을 하고 갑니다.!! 사이트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워갑니다.

    • 민서아빠(과학사랑) 2014.03.15 20: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감사합니다. 최근에는 모든것은 선택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교사가 할 수 있는 것은 선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5. 아이린 2015.03.06 09: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어교사입니다. 선생님 작년에 대구에서 NIE 언론진흥재단강의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 웹골든벨 자료도 항상 쓰고 있습니다. ^^ 감사합니다.

  6. 본드걸 2016.02.22 15: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저도 과학교사면서 엄마입니다. "어느 아빠의 감동적인 이야기"에서 펑펑 울고, "청소 화 안내고 갈등없이 시키기"에서 웃고 갑니다. 새 학기 준비로 불안한 마음이 이 " 학급 운영" 방의 글들로 진정됩니다. 늘 감사합니다.~~~

  7. 김은진 2017.02.28 22: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정말 감탄이 절로나오네요. 너무 유쾌하시고 멋지세요. 많이배우고갑니다^^

    • 민서아빠(과학사랑) 2017.02.28 22: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야단칠 상황을 고마워 라는 말로 끝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하면 좋습니다.
      수업들어갔을때 수업준비안하고 떠드는 아이가 있으면 '철수야. 많이 바쁘니? 아직 말이 안끝난 것 같은데 미안하지만 선생님이 수업 좀 해도 될까?' 학생이 된다고 하면 아낌없이 '선생님을 이해해 줘서 고마워' 라고 칭찬하면서 수업을 시작하면 됩니다. 화 안내고 즐거운 마음으로 수업을 시작할 수 있지요. ^^

  8. 3년차교사 2018.03.06 18: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대단하세요 ㅠㅠ 진짜 배울 점이 너무 많아요!
    저도 청소하면서 아이들 엄청 혼 많이 내고 ㅠㅠㅠ 감정상하고 그랬는데 ㅠㅠㅠ
    저런 방법을 쓰셨다니...많이 반성하고 갑니다!

    • 민서아빠(과학사랑) 2018.03.06 19: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학생들을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신뢰의 대상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면 모든것이 변합니다. 통제의 대상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면 학생들이 하는 모든 행동을 믿을수가 없어서 다시 확인하게 되고, 그러다가 1개의 잘못이 발견되면 '내가 이럴줄 알았어.' 라고 생각하며 학생들을 계속해서 통제해야 된다는 오류에 빠지게 됩니다.
      학생들을 믿어 보세요. 그럼 모든게 달라 보일 겁니다. ^^

  9. 제제 2018.10.23 16: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연히 선생님 사이트를 알게되어 둘러보는데 정말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저도 아이들에게 잔소리만하고 미운 소리만 하게 되는 게 스스로도 스트레스인데..
    이렇게도 풀어갈 수가 있구나 싶어서요!
    좋은 자료도 아낌없이 나누어주시고..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

    • 민서아빠(과학사랑) 2018.10.24 07: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쉽지는 않지만 학생들 지도에는 채찍과 당근을 적당히 사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요즘들어 느끼는 건데 선생님의 기본적인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학생들이 타도해야 할 적으로 보이면 매일 학교가는 것이 너무 힘들어질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