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줌생성과정에 대한 설명을 할 때가 되면 항상 자판기로 예를 들어 주곤 합니다. 50원 짜리만 받아들이는 자판기가 있다고 가정하고, 자판기 동전 투입구(콩팥동맥)에 500원, 100원, 50원 짜리가 들어 왔을 때 어떻게 하면 쉽게 50원짜리만 걸러낼 수(여과)있을까? 나머지는 다시 동전반환기(콩팥정맥)로 돌려 보내고,...
칠판에 동전이 지나가는 길을 그려주고 아래쪽에 50원짜리가 모이는 돈통(방광)을 그려 주면 대부분의 학생은 지나가는 길에 50원짜리만 통과할 수 있는 구멍(사구체와 보먼주머니)을 뚫어 주면 된다고 이야기 합니다.
참 쉽죠?
그런데 예상치 못한 10원짜리 동전도 동전 투입구로 들어오는 일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50원짜리 동전이 통과하도록 만든 구멍으로 50원짜리와 10원짜리가 함께 들어오네요(여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어쩔수 없이 50원짜리가 지나가는 길과 500원 , 100원짜리가 동전 반환기로 돌아가는 길을 중간에 다시 만나게(세뇨관과 모세혈관) 하고 50원짜리가 지나가는 길에 10원짜리 만하게 구멍을 뚫어서 10원짜리는 동전반환기(콩팥정맥)로 돌아 나가도록(재흡수) 하면 됩니다.(사실 재흡수의 대부분도 능동수송이기 때문에 예시자료가 조금 오개념을 형성해 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래서 오줌생성 과정이 복잡하다는 설명을 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해 주시면 좋을 듯 하네요.) 이때 주인이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지나가는 길을 다 보고 있다가 실수로 50원 짜리가 동전반환기(콩팥정맥)로 돌아나가면 손으로 잡아서 50원 동전통으로 옮겨 주면(재분비) 됩니다.
제일 작은 동전만 분리한다면 쉬웠을 텐데, 중간크기를 분리해야 하기 때문에 분리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복잡해 졌습니다.
우리 콩팥의 네프론도 이런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조금 복잡하게 보입니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배설과정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계별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
1. 일단은 혈액경로만 생각해야 한다. 혈액은 콩팥으로 들어왔다가 노폐물이 걸러지고 돌아 나간다.
2. 콩팥동맥으로 들어온 혈액이 콩팥안에서 어떤작용을 해서 깨끗해 지는지를 알아 보기 위해 혈액을 추적해 본다. 동맥으로 들어온 혈관은 약 백만개의 모세혈관으로 나누어 진다. 아마 공항 검색대처럼 빨리 정확하게 검사하기 위해서인 것 같다. 따라서 우리는 그 중에 한 개의 모세혈관 만을 따라가 보기로 한다.
3. 모세혈관이 지나갈 때 노폐물을 걸러내야 하는데 그냥 휙 지나가면 노폐물을 걸러내기가 쉽지 않다. 잠깐 방 같은 곳에 잠시 머물게 하는게 좋겠다. 가능하면 들어오는 입구는 크지만 나가는 입구는 작게 해서 빨리 들어와도 바로 나가지 못하게 하고 여유있게 노폐물을 걸러내도록 하자. 그래서 모세혈관이 실타래처럼 모여있는 사구체라는 것이 있다.
(그리고 나가는 입구가 작기 때문에 큰 압력을 받게 된다. 옆에 작지만 빠져 나갈 수 있는 문이 있다면 그리로 나갈 수 있는 작은 것들은 빨리 빨리 그 문으로 빠져 나가지 않을까? 밀지마!)
4. 사구체에 혈액이 몰려 들면 보먼 주머니로 노폐물을 마구 걸러내어(여과) 세뇨관을 통해 오줌으로 내 보내자. 사구체에 노폐물(요소)이 지나갈 수 있도록 노폐물 만한 구멍을 뚧어 놓았다. 그런데 아뿔사 우리가 원하는 노폐물(요소)뿐만 아니라 노폐물 보다 크기가 작은 포도당, 아미노산, 무기염류, 물 등도 함께 걸러진다. 시간이 없으니까 일단 대충 걸러내자
5. 우리가 필요로 하는 영양소가 오줌으로 나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 여과액이 세뇨관을 지나갈 때 돌아나가던 모세혈관으로 그물망처럼 감싸서 우리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다시 거둬 들이자. (재흡수) 요소보다 크기가 작은 구멍을 뚫어 놓으면 요소는 들어오지 못하지만 작은 영양소와 무기염류 물등은 모세혈관으로 다시 회수할 수 있다.(재흡수의 대부분은 능동수송으로 흡수됩니다. 오개념이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해서 설명해 주세요) 시간이 많이 걸리니 에너지를 사용해야 돼서 조금 불편하지만 혈관에 남아있는 요소도 걸러서 모세혈관으로 다시 보내도록 하자.(재분비)
6. 재흡수와 분비가 끝난 여과액은 세뇨관을 따라 흘려 보내면 백만개의 같은 작용을 통해 만들어진 여과액들과 함께 콩팥깔때기로 모이게 된다.
7. 콩팥깔때기에 모인 오줌은 오줌관을 따라 방광으로 보내 잠시 저장했다가 요도를 통해 몸밖으로 배출하면 배설작용은 끝.
<몇가지 생각해 볼 문제>
1. 사구체에서 노폐물(요소) 뿐만 아니라 왜 영양소도 빠져나가는 것일까?
- 아마도 많은 양의 노폐물을 처리하려다 보니까 꼼꼼하게 하나씩 걸러내기에는 시간이 부족해서가 아닐까? 나중에 세뇨관에서 재흡수 할 수 있으니까 일단은 빨리 빨리 걸러내기 위해서인 듯 하다.
2. 돌아나가는 콩팥정맥에 어째서 요소가 일부 남아 있는 것일까?
- 혈액의 양이 많고 빨리 걸러낸 다음 다시 인체로 돌려 보내서 혈액 본연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너무 오랫동안 콩팥에서 혈액을 잡고 있으면 원활하게 혈액을 공급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즉 완벽하게 걸러내기 위해 많은 시간을 소모 하는 것 보다는 조금 덜 걸러내더라도 빨리 처리하고 다시 몸으로 돌려 보내 혈액으로서의 역할을 하는게 더 중요했기 때문일 것이다.(아침 등교시간에 교문지도할때 한명 한명을 자세히 살펴보기 보다는 대충 살펴보면서 들여보내는 것과 같다. 그래야 1교시 수업시간에 늦지 않게 교실로 보낼 수 있으니까)
* 설명에 약간 억지가 있을 수 있다. 더 세부적인 내용은 고등학교나 대학교 가서 배우게 양보하고, 왜 우리 콩팥구조가 단순하게 요소만 걸러내면 되는데, 왜 이렇게 복잡한지 생각해 보게 하고 싶었다. 처음부터 너무 어렵게 접근하면 많은 학생이 포기해 버린다. 일단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쉽게 접근해 보자.
자판기는 누구나 사용하고 있으니까, 조금 더 친숙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오줌의 생성과정(네프론) 가상실험은 아래 링크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