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하면 가르치지 말고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자. 학생들에게도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샘이 되지 말고,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가끔은 질문하고 공감해 줄 수 있는 선생님이 되자. 말한마디가 중요하다.
예전에 모시던(오래전 이야기입니다. 요즘 같으면 큰일날 일이지요) 교장샘은 수업시간 마다 교실을 순회하고, 수업중에 갑자기 동의도 구하지 않고 교실에 들어가 자는 아이가 있으면 야단을 치는 분이셨다. 그리고 쉬는 시간에 그선생님을 교장실로 불러서 야단을 치셨다. 특히 신규샘들이 많이 혼났던 걸로 알고 있다.
심지어는 그렇게 수업시간에 학생들 통제를 못한다면 교사라는 직업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야단을 치셨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샘들이 우셨다고 들었다.
그때 내가 교장샘께 이렇게 말씀 드렸다.
'교장샘 야단치시는게 너무 약합니다. 신규샘이 게으르고 자기 할일을 안해서 학생들을 통제하지 못하고 수업시간이 소란스럽다면 교장실로 불러다가 지금보다 더 야단을 치셔야 합니다. 하지만 만약 신규샘이 열심히 공부해서 가르쳐보려고 노력 해도 잘 안되고, 마음처럼 학생들 통제도 안되서 힘들어 하고 있다면 야단치셔서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럴때는 교장샘이 불러다가 위로해 주시고,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지를 여쭤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살면서 느낀점은 최선을 다해서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데, 거기다 대고 조금더 열심히 노력 하라고 말하는 것이다. 말하는 사람은 쉽게 이야기 하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힘이 쭉 빠진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나도 신규때는 많이 헤메고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 속에서 힘들어 했던 기억이 있다. 누구나 처음은 있다. 그리고 그 처음을 오로지 혼자서 해결하라는 것은 옳지 않다. 대신 수업을 해 줄순 없지만, 말 한마디의 위로가 힘들어 하는 샘에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난 잘 알고 있다.
(아주 아주 오래전에 교장샘이 학교소개 파워포인트를 만들어 오라고 해서 최선을 다해서 만들어 갔더니, 교육부 시범학교 에서 외주해서 만든 학교 소개 자료를 보여 주시면서 당신은 왜 이렇게 못 만드냐고 질책하신 적이 있다. 그때만 해도 젊고 철이 없어서 이렇게 말씀 드렸다. '교장선생님. 지금 하시는 말씀은 저에게 붓과 물감을 주고 너는 왜 피카소 처럼 못그리냐는 것과 같습니다. 똑같은 파워 포인트를 사용한다고 아무나 그렇게 만들수는 없습니다.' 그 후로 미움을(?) 받았던 것 같다.
수석교사가 되고나서 힘들어 하는 신규샘에게 늘 해 주는 말이 있다. '6개월이 지나면 이길이 내가 갈길이 맞는지 회의가 들 겁니다. 그리고 학부모 항의라도 받으면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들 겁니다. 하지만 선생님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저를 포함해서 여기 있는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그런 과정을 겪어 왔습니다. 힘들때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선배선생님들과 대화해 보세요. 그리고 다른 샘들도 그런과정을 겪어 왔다는 것을 기억해 주세요'
해결책을 제시하면서 이렇게 왜 못하냐고 질책하는 것 보다. 선생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공감 하나만으로도 많은 문제가 해결 된다.
몇년 전부터 학기초에 선생님들께 쪽지를 보낸다. '갑자기 몸이 아프거나 급한일이 생겨서 수업을 하기 힘든 경우가 생기거나 수업교환을 하기 어려운 경우가 생기면 저에게 연락 주세요. 그럼 이유 묻지 않고 제가 수업이 없으면 수업대신 들어갑니다. 제가 선생님들께 수업보강권을 최소한 하나씩은 나눠 드린 겁니다. 저에게 시간을 주시면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도 있기 때문에 절 도와주시는 겁니다. 망설이지 말고 연락 주세요.'
작년에 수업보강권을 사용하신 샘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그냥 심심하다고 보강을 해 달라고 하시는 분은 없다. 어떻게든 본인이 해결하려고 노력하신다. 내가 지금까지 만난 선생님들은 기본적으로 선했다. 앞으로 만날분들도...
작년에 떠나시는 샘이 이렇게 말씀 하셨다. '그때 그 쪽지 하나가 자신에게는 큰 위로가 되었다고, 그리고 언제든지 힘들때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부탁할 수 있다는 생각에 힘이 났다고'
돈을 쓰지 않고 말 한마디가 많은 일을 한다. 학생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며 새학기를 시작해 보는 건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