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배우는 수업은 삶과 연계 되어야 한다.
배운 내용이 이론으로 그친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포화수증기량과 이슬점을 배웠다면 한번 생각해 보자.
필자를 항상 괴롭히던 문제중에 하나다.
자동차 앞유리에 습기가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에어컨을 켜야 할까? 히터를 켜야 할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동차 앞유리 안쪽에 왜 습기가 생기는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포화수증기량 곡선으로 해석해 보면
습기가 생겼다는 것은 수증기가 응결되었다는 것을 의미 한다. 즉 상대습도가 100%를 넘었다는 것이다.
A점에 있는 공기를 상대습도 100%가 되게 하려면 온도를 낮춰 포화수증기량을 줄이거나, 실제 수증기량을 증가시켜야 한다.
차안에 실제 수증기량이 포화수증기량보다 많아졌기 때문에 일부 수증기가 유리창에 달라붙어 응결하고 있는 것이다.
공식만 놓고 비교해 보면 해결책은 간단하다. 습기가 생기지 않게 하려면 실제 수증기량을 줄이던가 아니면 포화수증기량을 증가시키면 된다.
1. 원인파악
가. 1번째 원인 : 자동차 안에 실제 수증기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사람이 타고 있으면 호흡할 때 수증기가 나온다. 따라서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차안에 실제 수증기량이 증가하게 된다.
그래서 혼자 운전할 때 보다. 여러사람이 타고 있으면 호흡하는 사람이 많아서 습기가 더 잘 생기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비오는날이나 습도가 높은날 더 잘 생긴다. 호흡으로 약간의 수증기만 증가해도 바로 상대습도가 100%가 되기 때문이다.
나. 2번째 원인 : 현재 기온이 내려가 포화수증기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보통 자동차 바깥쪽 보다 안쪽의 온도가 낮아질 때 발생한다.
자동차 내부의 온도가 낮아지면 자동차 내부의 포화수증기량도 감소한다.
그럼 실제 수증기가 많이 증가하지 않아도 쉽게 이슬점에 도달해서 응결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다. 3번째 원인 : 자동차 안쪽과 바깥쪽의 온도차이 때문에 일어난다.
컵에 얼음물을 떠 놓면 얼음컵 주변에 물방울이 생기는 것처럼 자동차 앞유리 바깥쪽과 안쪽의 온도 차이가 많이 나면 안쪽 유리에 습기가 생기게 된다.
자동차 유리 안쪽과 바깥쪽에 온도차이가 많이 나면 차 내부의 습도가 100%가 되지 않아도 얼음컵 표면에 물방울이 생기는 것처럼 자동차 유리에서 습기가 생길 수 있다.
즉 차량 바깥쪽이 얼음컵처럼 작용하기 때문에 차 안쪽 유리에 습기가 생긴다. 하지만 이건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다. 차량 내부의 상대습도를 낮춰 주면 차량 안쪽과 바깥쪽의 온도차이가 많이 나도 습기는 생기지 않는다.
라. 실제는 이런 모든 현상들이 복합적으로 발생한다.
2. 해결책 : 원인을 알았으니 해결만 하면 된다.
가. 자동차 내부의 실제 수증기량을 줄여 주면 된다.
창문을 내려 환기를 자주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또는 자동차 환기버튼을 내부환기에서 외부환기로 바꿔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럼 자동차 안쪽과 바깥쪽 공기가 섞이면서 자동차 안에 호흡으로 인해 생긴 실제 수증기량이 바깥쪽과 비슷해 지면서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비가오는 날은 외부환기를 시켜도 공기중에 실제수증기량이 많기 때문에 큰 효과를 볼 수 없다.
나. 자동차 내부의 온도를 올려 포화수증기량을 증가시키면 된다.
이론적으로는 히터를 틀어 자동차 내부의 온도를 올려 주면 차 내부의 포화수증기량이 커지면서 상대습도를 100% 이하로 낮춰 응결이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일시적으로 효과를 보는 듯 하지만 사실 한계가 있다.
온도를 높여 포화수증기량을 증가시켜도 일시적으로 응결되는 현상을 막을 수 있지만 호흡을 통해 계속 실제 수증기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습기가 생기는 것을 막으려면 계속 온도를 더 높여야 하는 문제점이 생긴다.
하지만 계속 온도를 높일 수 없다.
다. 차량의 바깥쪽과 안쪽의 온도를 비슷하게 해주면 좋다.
얼음물을 추운 겨울에 바깥에 두면 얼음컵 주변에 물방울이 생기지 않는다. 따라서 자동차 안쪽과 바깥쪽의 온도를 줄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하지만 이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3. 근본적인 해결책
필자가 생각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결국 에어컨을 앞유리 쪽으로 트는 것이다.
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에도 에어컨을 앞유리쪽으로 틀면 비오는 날이나 습도가 높은 날도 대부분 바로 해결이 된다.
그런데 이 방법은 상대습도로 접근해 보면 차 내부의 온도를 낮춰 포화수증기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오히려 응결량이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 한다. 따라서 이론과 맞지 않는 듯 보인다. (이것 때문에 사실 많이 고민했다)
그런데 왜 에어컨을 앞유리쪽으로 틀면 거의 대부분 바로 해결이 되는 것일까?
아래 해결책을 읽기 전에 포화수증기량 곡선 수업내용과 비교하면서 한번 고민해 보자.
<이유는>
이유를 알아내는데 상당히 오랜시간이 걸렸다.
너무나 당연한 건데 사고의 틀에 갇혀 알아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에어컨을 틀고 내부 환기를 하는 경우 자동차 안의 더운 공기가 에어컨을 거치면서 차가운 공기로 바뀌어 차안으로 다시 들어오게 된다. 이 때 더워진 공기가 에어컨의 증발기를 지나면서 차가운 공기로 바뀌는데, 더운 공기가 가지고 있던 수증기가 증발기를 지나는 동안 응결해서 물방울로 바뀌게 된다.
집에서 설치된 에어컨을 보면 뒤쪽에 물이 빠져나가는 배수호스가 연결된 것을 볼 수 있다. 이 배수호스가 빠지거나 파손이 되면 집안이 물바다가 되기도 한다. 이것을 증발기를 지나는 동안 응결해서 바뀐 물이 밖으로 빠져 나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에어컨을 틀어 놓면 집안 공기가 건조해 진다. 그래서 습한 여름에 에어컨을 틀어 놓면 온도가 많이 내려가지 않아도 뽀송뽀송함을 느낄 수 있다.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에어컨을 틀면 생각보다 상당히 많은 양의 물이 생겨서 호스를 통해 빠져나가는 걸 알 수 있다.
출처 : 삼성전자 서비스 센터 : 배수 호스 파손에 대한 내용
따라서 차안에 따뜻한 공기는 에어컨을 틀면 증발기를 지나는 동안 찬공기로 바뀌는데, 이때 얼음컵 주변에 물방울이 생기는 것처럼 증발기 주변에 수분이 응결해서 물방울을 만들게 된다.
그럼 에어컨의 증발기를 지나 차내부로 들어오는 공기는 건조해 진다.
즉 에어컨을 틀면 자동차안의 공기가 차가워 질 때 수증기가 감소해서 건조해 지면서 실제 수증기량이 감소하게 되는 것이다.
건조해진 공기가 자동차 앞유리로 나오게 되면 상대습도가 낮기 때문에 자동차 앞유리에 습기가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건 원인을 제거하는 근복적인 해결책이다. 이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
추운 겨울에도 자동차 앞유리에 습기가 생기면 히터를 트는 것보다 에어컨을 틀어 보기 바란다. 추위만 견딜 수 있다면 바로 습기가 사라지는 걸 볼 수 있다.
<수업활동>
이 문제를 제시하고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에어컨을 틀어야 할지 히터를 틀어야 할지 논의를 시켰더니 생각보다 활발하게 참여 한다.
나중에 부모님께 정확하게 알려 드려야 한다고 이야기 하니, 더 관심을 갖고 참여한다.
칠판에 상대습도 공식을 적어 놓고, 그냥 우기면 안되고 과학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라고 이야기 했더니
현재 수증기량과 포화 수증기량을 비교해 가며 자신의 논리를 펼치면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기특하기 까지 하다.
결국 위에 적어 놓은 내가 고민했던 것처럼 모순점에 직면하게 되고, 계속 논란을 벌이다가
정답을 하나 하나 과학적으로 풀어 주니 끝날때 몇몇 학생이 너무 재미있었다고 이야기 한다.
수업이 삶과 연계가 되면 재미있다.
<추가>
최근에 나오는 차는 자동차 공조장치가 달려 있다고 한다.
자동차 공조장치를 작동시키면 차량이 습도가 높아지면 알아서 습도를 낮추면서 습기를 제거해 준다고 한다.
10년 정도 된 차들에는 앞유리 습기 제거 버튼이 있다. (내 차에도 있다)
앞유리 습기가 생기면 고민하지 말고 그냥 앞유리 습기 제거버튼을 누르면 차량이 에어컨과 외부순환 모드를 작동시켜 습기를 제거해 준다.
<추가2>
여름에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 밑에 물이 고여있거나, 약간의 물이 떨어져 흐른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건 자동차가 고장난 것이 아니라 에어컨 작동으로 생긴 물이 떨어진 흔적이다.
에어컨 가동으로 만들어진 물은 차 본넷 아래로 떨어진다.
<마무리>
인터넷에서 자동차 앞유리 습기를 없애는 다양한 방법들이 제시되고 있다.
결론은 춥더라도 에어컨을 앞유리로 틀어서 앞유리로 나오는 공기를 건조하게 만들면 된다.
과학적 원리를 하나씩 비교하면서 찾아가는 건 즐거운 일이다.
학교에서 배움이 지식으로 끝나지 않고 삶의 지혜로 남기를 바란다.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