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생활지도에서 지시보다 학생이 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넘기면 갈등 없이 많은 것을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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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수업 시간에도 선택권을 넘기면 많은 것을 해결할 수 있다.
1. 사람은 천성적으로 누군가가 지시하면 하기 싫어진다.
혹시 선생님들은 하루 종일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지시하고 있지는 않은지….
앞을 봐라, 받아 적어라, 문제 풀어라, 모둠별로 토의해라, 발표해라, 시간 내에 완성해라, 과제 내라 등등….
수업 시간 내내 수동적으로 지시만 받는 학생들은 수업에 흥미를 잃기가 쉽다. 수업 시간에 활동을 통해 좋은 결과가 나와도, 내가 잘 했다기 보다는, 선생님의 지시를 수동적으로 잘 따라 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나의 행위보다는 나에게 지시를 잘해 준 선생님 덕이다.
2. 최근에는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넘기려고 노력한다.
선택권을 넘기는 것은 어렵지 않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학생들 입에서 나오게 하면 된다.
초임 때는 시범 실험을 준비하면, 들어가서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곤 했다.
‘얘들아 선생님이 오늘 재미있는 실험을 준비해 왔어, 딱 한 번만 봐봐,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야.’ 아이들의 반응이 없으면 더 큰소리로 강요했다. ‘거기 떠드는 학생 이것 좀 보라니까. 거기 누워있는 녀석들 깨워라, 보고 재미없으면 수업료 돌려줄게, 정말 딱 한 번만 집중해서 봐라.’
어느 순간 학생들에게 사정하고 있었다. 아니 학생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내가 준비해 온 것을 보라고 강요하고 있었다. 학생들이 자세를 고쳐 않고 바라봐 주면 정말 고맙고 행복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생각해 보니 이건 학생들과 상관없는 나의 욕심이었다.
3. 경력이 쌓이고 나서 좋아진 점은. 이제 더 이상 학생들에게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모든 건 가능한 학생들의 선택에 맡긴다. 설계를 잘하면 올바른 선택을 하게 할 수 있다.
‘얘들아 선생님이 재미있는 실험을 준비해 왔는데 한번 보여 줄까? 옆 반 애들은 1번만 보여 주려고 했는데, 자꾸 또 보여달라고 해서 3번이나 보여 줬네!. 너희 반도 한번 보여 줄까?’
수업 시작하자 마자 뭔가를 보여주려고 하면 어수선하고 학생들은 별 반응이 없다. 그럼, 학생들을 한번 쭉 바라보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아! 너희는 이런 것 별로 안 좋아하는구나. 미안! 없던 일로 해, 그냥 진도 나가자.’
‘옆 반 애들은 엄청나게 좋아했는데…. 혹시 궁금한 친구들은 옆 반 애들한테 물어봐 그러면 자세히 설명해 줄 거야!’ 그러면서 실험 도구를 치운다.
그러면 반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예상한 대로 몇 명의 아이들이 보여달라고 이야기한다. ‘선생님 우리는 보고 싶다고 했는데요. 보여 주세요.’
‘저기 딴짓하는 친구도 있고, 엎드려 있는 친구도 있고, 대부분 보고 싶지 않아 하는데, 너희 몇 명이 보고 싶다고 해서 보여 주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니?’
그러면 학생들이 주변 아이들을 단속하기 시작한다. ‘야! 선생님이 저거 보라고 하시잖아. 똑바로 앉아’
조금 더 기다리면 모든 학생들이 ‘보여 주세요.’라고 외치게 된다.
여기까지 진행되면 절반은 성공이다.
‘정말로 보고 싶어? 억지로 볼 필요는 없는데, 그러면 너희 반도 한번 보여 줄까?’
학생들이 보여달라고 떼를 쓸 때 까기 기다렸다가 실험을 보여 준다.
‘좋아! 너희들이 원하니까 그럼 딱 1번만 보여 줄게. 잘 봐라.’
그러면 모든 학생들이 집중해서 내가 준비해간 실험을 보게 할 수 있다.
그리고 학생들은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보여 준 게 아니라, 본인들이 요구하고, 선택해서 볼 수 있었다는 생각을 갖는다.
실험을 보여 준 후 예전 같으면 바로 원리를 설명했겠지만,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지시하고 싶은 것을 질문으로 바꿔 선택하게 하면 된다. ‘원리를 설명해 줄까?’ \
학생들이 설명해 달라고 해야 설명해 준다. 별 반응이 없으면
‘별로 궁금하지 않구나. 시험에 나올수도 있는데, 책 찾아 보면 설명나오니까. 어렵겠지만 책을 보고 이해하렴. 선생님은 설명해 주고 싶었는데.’
4. 이런식으로 수업시간에 일방적으로 지시하지 않고 가능한 선택권을 학생들에게 넘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학생들 입장에서 자신들의 선택에 의해 수업이 바뀐다는 생각을 갖게 해야 한다. 이걸 잘 이용하면 수업 시간에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
학생들 관점에서 잘 준비해 온 선생님의 수업을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게 아니라, 학생들의 요구와 선택에 의해 수업이 바뀐다는 생각을 하게 해야 한다.
그래서 필자가 자주 사용하는 말은 다음과 같다.
‘와! 선생님 설명이 끝났을 때 박수를 쳐주니 너무 기분이 좋구나. 그래서 이거 하나 더 보여 줄까?’, ‘선생님이 보여 줄 때 너무 대답을 잘해서 이런 것도 하나 더 해 줄까?’, ‘선생님이 들어올 때 수업 준비가 잘 되어 있어서, 오늘 수업 시간에 질문을 많이 해서 등등.’
5. 수업 시간에 영상을 하나 보여 주더라도 일방적으로 보여 주는 게 아니라 선택을 하게 해야 한다.
‘선생님 설명은 다 끝났고, 수업과 관련된 영상을 하나 준비해 왔는데, 너희 반도 한번 보여 줄까?’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한번 애를 태우는 것도 좋다. ‘아! 그런데 끝날 시간이 얼마 안 남았네. 어쩌지? 옆 반 친구들은 엄청나게 좋아했는데, 어쩔 수 없다. 너희 반은 그냥 선생님이 영상 내용을 말로 설명해 줄게.’
학생들은 차별받는 걸 싫어한다. 이렇게 말하면 대부분의 학생들 특히 남학생들은 거의 폭동을 일으킬 것처럼 항의를 한다. ‘선생님 설명 필요 없어요. 우리도 영상 보여 주세요.’
얼마나 고마운가. 내가 열심히 준비한 영상을 틀어주고, 학생들이 별로 반응하지 않아서 상처받는 경우가 있는데, 학생들이 내가 준비해 온 영상을 보여 달라고, 보고 싶다고 항의해가면서 요구하고 있지 않은가. 준비해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없어서 그랬는데, 정말 보고 싶니? 그럼 어쩔 수 없구나. 시간이 부족하니까 이런, 이런 내용에 집중해서 영상을 보도록 해라.’
그리고 영상을 보여 준다. 학생들은 본인들이 요구했기 때문에 영상을 보여주는 동안 딴짓을 하거나 대충 볼 수 없다. 집중해서 열심히 볼 수밖에 없다.
빈말이라도
‘오늘 너희들이 수업 시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선생님 한테 많은 요구를 하고, 열심히 학습해 주어서. 숙제를 내려고 했었는데, 기분이다. 오늘 숙제는 없다.’
6. 수업이 끝나고 나면 선생님도 학생도 기분이 좋아져야 한다.
이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다음 시간에도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올바른 선택을 하고 다양한 요구를 하면서 수업에 참여하게 된다. 왜냐하면 수업은 학생 자신들의 선택에 의해 바뀐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활동하더라도 일방적으로 지시하지 않고 선택하게 해보자.
‘그냥 각자 문제 해결할까? 아니면 모둠별로 함께 해결할까? 모둠별로 해결하게 하면 떠들겠지? 그냥 각자 해결할까? 함께 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긴 한데…. 어떻게 할까?’
학생들이 ‘함께 할게요.’라는 말이 나오게 하면 좋다. 같은 활동을 하더라도 본인들이 선택했기 때문에 더 열심히 참여하게 된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 입에서
‘보여 주세요, 가르쳐 주세요, 알려주세요, 설명해 주세요.’라는 말이 나오게 해 보자.
그리고 학생들 선택에 대해 마음껏 칭찬해 주고 격려해 주자.
‘너희 반만 들어오면 적극적으로 참여해 줘서 선생님은 늘 기분이 좋아.’
작은 일이라도
‘너희가 이렇게 했기 때문에 선생님이 이렇게 하는 거야.’ 라는 말을 자주 해 주면 좋다.
그러면 학생들도
‘선생님이 우리가 요구하는 걸 잘 들어 주셔서 수업이 재미있어요.’라는 말이 나올 것이다.
수업 시간에도 선택권을 넘겨서 학생들과 즐겁고 행복한 수업을 만들어 보자.
<여담> 강의 가서 자주 해주는 이야기다.
사람은 누군가가 시키면 하기 싫어진다. 그런데 내가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보자.
배우자와 저녁을 먹고 TV를 보려고 소파에 앉았는데, 오늘따라 생선을 구워 먹었더니 비린내가 솔솔 난다. 자꾸 신경이 쓰인다. 설거지하고 TV를 보면 좋겠는데, 옆에 배우자를 힐끗 쳐다 보았는데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않는 듯 하다.
성질 급한 내가 해야지. 참다가 그냥 내가 설거지 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그리고 설거지하려고 일어나려는 찰나.
배우자가 나를 보며 말한다. ‘여보. 냄새 안 나? 설거지 좀 하지.’
여러분의 선택은?
난 설거지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그런데 옆에 배우자가 나에게 지시하면 어떤 기분이 들겠는가?
갑자기 나의 순수성이 사라진다. 내가 지금 일어나서 설거지하면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지시를 따르는 게 된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은 화를 내거나 그냥 자리에 앉을 것이다.
그래도 하려고 마음을 먹었으니까. 꾹 참고 일어나서 설거지한다. 그리고 돌아와서 자리에 앉는다. 그 때 옆에 배우자가 결정적인 말을 한다.
‘그거 봐 내가 시킨 대로 하니까 냄새도 안 나고 좋잖아’
여러분은 어떤 기분이 들겠는가?
다음부터 설거지 더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가?
내가 하려고 했던 순수한 행동이 누군가의 지시 때문에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는 순간 사람은 화가 난다. 똑같은 행동을 했지만 말 한마디에 따라 성취감도 사라지고, 앞으로 하기 싫어지게 될 수 있다.
그런데 혹시 이런 행동을 학생들에게 자주 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자.
‘그거 봐 선생님이 시킨 대로 하니까, 잘 해결되잖아!’
조금 더디게 가더라도 지시하지 말고 학생들이 선택하게 하자. 그리고 올바른 선택을 했을 때 격려하고 지지해 주자.
싸우고 온 친구를 지도할 때 혹시 이렇게 말하고 있는 건 아닌지
‘선생님이 사과하라고 했지. 그래서 사과했니? 사이좋게 지내기로 했다고, 그거 봐 선생님이 시킨 대로 하니까 해결되잖아.’
필자는
‘그래서 앞으로 그 친구랑 어떻게 할 건데’
학생 입에서 ‘제가 사과해야 할 것 같아요.’라는 말이 나오게 유도하고
‘와! 잘못은 했지만,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할 줄 알고, 올바른 선택을 할 줄 알고 너 진짜 멋지다. 쉽지는 않겠지만 그럼 네가 말한대로 해보렴. 선생님은 뭘 도와주면 될까?’
다음날
‘어떻게 되었니? 사이좋게 진해기로 했다고? 친구한테 사과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선생님도 아마 그렇게 못 했을 거야. 너 정말 대단하다.’
학생의 올바른 선택을 지지해 주면서 마음껏 칭찬해 주면 된다.
그러면 그 학생이 이후에도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이다.
<결론>
생활지도뿐만 아니라 수업에서도 학생들이 선택하게끔 시도해 보자.
이런 방법이 가장 중요한 점은 학생을 능동적으로 바꾸는 면도 있지만, 사실은 수업을 하고 있는 선생님의 마음이 더 행복해 지는데 있다.
내가 준비한 학습자료를 보고 학생들이 재미있어 하고, 행복해 하면서 수업에 참여하고 즐거워 하는 모습을 봐야 한다.
그래야 힘들지만 다음 시간에 사용할 학습자료를 준비하면서 행복한 수업을 꿈꿀 수 있는 선생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