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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료(학급,수업운영)/생활지도자료

갈등 없는 학급운영 및 생활지도 비법 - 학생에게 선택권을 넘겨라 2탄

by 민서아빠(과학사랑) 2021. 3. 1.

수석교사로서 난감한 경우가 있다. 
주변 샘들에게는 학생들을 생활지도 할때 나대화법으로 말하고, 학생을 존중해 주고, 학생입장에서 생각하고... 등등... 정말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 준다. 
그런데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

몇년전 겪은 일이다.

1학년 수업시간에 복도에서 큰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3학년 학생들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우리학교는 오래된 학교라 전형적인 옛날 학교 형태를 띠고 있다.
그날도 1학년 교실에서 수업을 하고 있었는데, 3학년 학생 2명이 큰 소리로 떠들면서 수업중인 1학년 교실들 복도를 아무 꺼리낌 없이 지나갔다.
복도식으로 되어 있는 1학년 교실 끝에 특별실이 있는데, 특별실에서 수업을 듣는 3학년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화장실 가겠다고 나와서 돌아다니는 것으로 보였다.

꾹 참고 수업을 하려고 했으나, 너무 큰소리로 떠들면서 수업중인 복도를 지나가는 것을 보고, 도저히 참지 못하고 교실문을 열고 나가 두명의 학생을 불렀다. 

학생과의 거리는 6m 정도 되었다. 처음에는 평범한 소리로 
'너희 둘 잠깐만 이리와바' 
그런데 두녀석이 들은척도 안하고 그냥 간다. 그래서 화가 난 큰 큰소리로 불렀다
'야! 너희 둘 선생님 말 안들리니?'
여전히 들은척도 안한다. 

그러더니 복도 중앙에 있는 화장실로 들어가 버렸다.

1학년 학생들은 선생님이 큰 소리를 내니까, 복도 유리창으로 쳐다보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화장실로 따라갔다. 

한명은 화장실로 들어갔고, 한명은 화장실 복도에서 친구를 기다리는 듯 했다.
그래서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는 학생에게 다가가서
'너 선생님이 부르는 소리 못 들었니?' 라고 물으니

그 학생이 '전 선생님이랑 할 말 없는데요!' 라고 불손한 태도로 말하며 상대도 안하려고 한다.
'넌 할말이 없는지 모르겠지만, 선생님은 할 말이 있으니까 부르는 거잖아.!'

그랬더니 학생이 큰소리로 화를 내며 '아이 씨!, 난 할말이 없다니까요!' 라고 말하며 그냥 가 버린다.

순간적으로 너무 당황 되었다. 그냥 무시하고 보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가서 멱살을 잡거나 신체접촉을 할 수도 없다.

더군다나 1학년 학생들이 복도에서 난 큰소리 때문에 모두 관심을 갖고, 어떻게 처리되는지 보고 있지 않은가?

그때 화장실에 들어갔던 학생이 바싹 긴장해서 나왔다. 그래서 그 학생에게 '저기 가는 녀석 몇학년 몇반이야?' 라고 물으니
그냥 가고 있던 녀석이 뒤 돌아보며 그 친구에게 '너 말하면 죽어!' 라고 말하면서 간다. 화장실에서 나온 친구가 죽든지 말든지 빨리 말하라고 다그치고 싶었지만, 두려움에 떠는 이 친구를 보고, '선생님이 알아낼테니까 말 안해도 되!' 라고 말하고 돌려 보냈다.

중간에 좀더 많은 내용이 있었지만, 핵심은 이런 상황이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나에게 불손한 태도를 보인 녀석은 3학년에서 유명한 녀석이었다. 학교도 가끔 생각나면 나오고, 이미 여러가지 사안으로 선도조치를 받고, 현재도 다른 일로 선도위원회에 회부된 학생이었다.

중학교는 의무교육이라 퇴학이 없다. 사안이 심각하면 전학을 보낼 수 있지만, 전학도 정말 큰 사건이 아니면 보낼 수 없다.
속된말로 건드리지 말아야 할 학생을 내가 모르고(?) 건드린 것이다.

상황을 보니 몸싸움을 하지 않고는 그 녀석을 통제할 방법이 없었다.
알다 시피 이제는 화가 난다고, 학생과 신체접촉을 하면 안된다. 바로 학폭이나 인권침해로 몰릴 수 있다.
학생의 상태를 보니, 붙잡고 말해 봐야, 자신의 잘못을 인정안 할 테고, 강요하다가 내 꼴만 우스워질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붙잡는다고 잡힐 상황이 아니었다.

나도 그냥 무시하면 좋겠는데, 1학년 학생들이 복도로 선생님이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 하며 내다 보고 있다.
만약 그냥 넘어간다면, 1학년 학생들은 선생님한테 막 대하면 선생님도 꼼짝 못하는 구나 하는 학습을 하게 될 것이다.

여러분 같으면 이상황에서 어떻게 하겠는가? 
학생은 할말 없다고 그냥 가고 있고, 1학년 학생들은 어떻게 되나 복도로 얼굴을 내밀고 구경하고 있고...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지 한번 생각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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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없다. 사실 순간적으로 난감했다.

순간 선택권을 학생에게 빨리 넘겨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무시하고 가는 학생에게 빨리 선택권을 넘겼다.

막무가내로 대하는 학생에게는 몸싸움을 하지 않는 한 특별한 방법이 없다. 이런 경우에 할 수 있는 건  지시를 따르지 않았을때 받게될 불이익을 최대한 정확하게 이야기 해 주는 방법이 최선이다. 그리고 선택을 하게 하면 된다. 선생님 말 안 듣고 이런 과정을 거칠 건지, 아니면 지금 선생님 말을 듣고 조용히 끝낼 건지.

'네가 선생님 지시를 안 따르고 그냥 간다면, 난 너를 교사지시 불이행으로 선도위원회에 회부 할거야. 그럼 선도위원회에서 공방이 오가겠지. 부모님도 오셔야 할 거고, 필요하다면 반론도 할 수 있어. 결정은 선도위원들이 해 주실 거야. 아마 이런 과정에서 몇번을 왔다 갔다 해야 할 거고, 진술서도 작성해야 할 거야. 선생님이 너에게 잘 못한 거라면 선생님이 사과해야 할 거고, 네가 잘 못한 거로 판정이 되면 학교 교칙에 따라 처분을 받게 될거야. 넌 이런 걸 원하니? 만약 니가 지금 선생님 한테 와서 내 말을 듣는 다면 이 자리에서 끝낼 수 도 있어. 선택은 네가 해! '

'한가지 더 선생님이 이렇게 까지 안내  하고, 너에게 기회를 주었다는 것도 선도위원회에서 이야기 할 거야.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야단치는 게 아니라 기회를 주었다는 것도 기억해라.'


학생은 '이미 선도위원회 걸려 있어요.' 라고 말하며 무시하고 가 버린다.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다. 하지만 지나고 나서 생각하니 현명한 선택이었다.
선택권을 학생에게 넘김으로써, 1학년 교실로 돌아와서 1학년 학생들에게 자신있게(?) 말 할 수 있었다.

'선생님은 그 학생에게 선택할 기회를 줬는데, 본인이 선도위원회를 선택했기 때문에, 선생님을 저 학생을 교사지시 불이행 및 여러가지 사안으로 선도위원회 회부 할 거다. 만약 너희도 선생님의 정당한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선도위원회 회부될 수 있다.'

내가 생각할때 깔끔하지는 않았지만 지나고 생각해도,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만약 선택권을 넘기지 않고, 내가 선택을 하려고 했다면, 갈등은 더 커졌을 거고, 험한꼴을 당했을 수도 있다.

학급운영과 생활지도를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상황에 몰리는 경우가 있다. 정답은 없다.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다르다. 
내 경험상 이런 경우에 선택을 교사가 하려고 하면 갈등이 악화 될 수 있다. 특히 레포가 형성되지 않았을때는 상당히 위험하다. 적당하게 선택권을 학생에게 넘기면, 사후 처리도 훨씬 부드러워질 수 있다.

선도위원회나 교권침해로 교권보호 위원회를 가더라도 할말이 있다. 분명히 그때 좋게 해결하고 싶었는데, 학생이 선도위원회를 선택했다는 거 하나만으로도 유리한 입장이 되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선택권을 학생에게 넘기는 훈련을 해 놓면 좋다.

혹시 더 좋은 해결책이 있으면 알려 주기 바란다.



예전 갈등 없는 학급운영 및 생활지도 비법 - 학생에게 선택권을 넘겨라 1탄은 아래 링크 참고
https://sciencelove.com/2526

학생에게 선택권을 넘겨라 3탄은 아래 링크 참고

https://sciencelove.com/2623

잡아내지 말고 스스로 오게하라 - 학생에게 선택권을 넘겨라 4탄

https://sciencelove.com/2624

수업시간에도 선택권을 넘겨라 - 행복한 수업 만들기

https://sciencelove.com/26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