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대부분의 갈등은 많이 배우고, 똑똑하고, 현명한 선생님이 멍청한 학생을 데려다가 논리적으로 잘못을 지적하고 합리적인 지시를 내리는데서 시작된다.
1.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과제를 낸다. 과제를 좋아하는 학생은 거의 없다. 과제를 낼때 부터 갈등이 시작된다.
'일요일 까지 과제 제출 안하는 학생은 감점이다. 선생님이 시간 충분히 준다. 꼭 하도록 해라'
학생들에게 배려해 주는 것처럼 말하지만, 학교일에 바쁜 학생들은 어느순간 과제가 있는지 잊어 버린다.
중간에 한번 정도 '과제 안내면 감점이다. 아직 안낸 사람들은 꼭 제출하도록 해라.' 라고 강조하면서 교사로서 할 일은 다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다음주 월요일에 교실에 들어가서 '과제 제출 안한 누구 누구는 감점이다.' 라고 선언을 한다. 태만해서 안한 학생도 있지만,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깜빡하고 안한 학생들도 있다. 이런 학생들은 시간을 추가로 달라고 요구하지만, 선생님은 완고하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충분하게 줬고, 몇번을 강조했다. 따라서 기한내에 제출하지 못했다는 건 오로지 너의 책임이다.'
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2.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만약 전교 1등하는 길동이가 일요일 8시간 동안 다른 것 하나도 안하고 과제를 준비했다고 가정하자. 길동이는 오후 11시50분에 정성스럽게 완성한 과제를 과제 제출을 누르고 잠자리에 든다.
그런데 그 다음날 학교에 갔더니 과제 미제출자가 되어 있다. 생각해 보니 어제 과제제출을 누르고 제대로 과제가 올라 갔는지 끝까지 확인을 못한 듯 하다. 어쩌면 인터넷 회선이 문제가 있어 과제가 안 보내 졌을 수도 있다.
월요일에 선생님을 찾아와서, 사정을 이야기 하고 오늘 집에 가서 어제 8시간 동안 작성한 과제를 꼭 제출하겠다고 한다. 여러분이 선생님이라면 과제를 추가로 받아 주겠는가? (아마 받아 줄지도...)
그런데 이 학생이 선생님을 찾아와서 이야기 한 게 아니라 수업시간에 손을 들고 우리반 모든 친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오늘 집에가서 이미 만들어 놓은 과제를 추가로 제출할테니 받아달라고 요구한다. 과연 과제를 받아 줄 수 있을까?
'형평성에 어긋나니 너만 특별대우 해 줄 수 없다. 사정은 딱하지만 기한을 넘겼으니 추가로 받아줄 수 없다.'
만약 받아준다고 하면 다른 학생들이 불만을 토로할 것이다. 선생님은 공부 잘하는 아이만 좋아한다는 등, 전에 자신도 기한을 넘겨서 제출을 포기해서 감점당했다는 등... (아마 대부분 선생님은 과제를 추가로 안 받아 줄 것이다.)
3. 그런데 잠깐 길동이의 학부모 입장이 되어 보자.
길동이가 월요일 저녁에 와서 엉엉 울면서 하소연을 한다. '엄마 어제 8시간 동안 나 과제 하는 거 봤지. 그런데 과제제출이 안 되었었나봐, 그래서 오늘 선생님한테 추가로 제출하겠다고 했더니, 안된데'
학부모 입장에서 기한을 어겼다는 것은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니, 책임을 져야 하고, 우리 아이만 특별대우 해 줄 수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성적으로는 수긍이 될 것이다.
하지만 감정적으로는 그 과제가 뭐 얼마나 대단한 과제길래, 하루 늦게 내면 무슨 큰일이 나길래, 우리 아이가 8시간 동안 노력해서 만든 과제를 못 받아 준다는 건지. 화가 날 것이다.
이런 갈등이 쌓이면 결국 엉뚱한 곳에서 폭발할 수도 있다.
학교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예를 들어 보았다.
4. 도대체 뭐가 잘 못 된 것일까?
과제제출에 대한 모든 지침을 현명한 선생님이 명확하게 결정했기 때문이다. 규칙이 깨지는 순간 모든게 무너지기 때문에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필자는 위와 같은 경우에 반드시 추가로 과제를 받아 준다. 만약 길동이가 월요일에 깜빡하고 제출을 또 못하더라도, 한번 더 기회를 주고 화요일에 추가로 받아 준다. 그럼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을까?
이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과제에 대한 개념정의를 나름대로 바꿨기 때문이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넘겼기 때문이다.
5. 첫날 학생들에게 선언을 한다.
선생님이 과제를 내는건 너희를 괴롭히기 위한 것도 아니고
과제 안내는 사람을 감점하기 위해서 내는것도 아니다.
너희들이 과제를 충실하게 수행하면 학습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과제도 간단한 과제를 주로 낸다.
'집에 가는 길에 영어간판 사진을 하나씩 찍어서 번역해서 제출하거나, 화강암 사진을 하나씩 찍어서 제출해라, 우리집에 미닫이문과 여닫이문을 하나씩 찍어서 제출해라' 등등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가정에서 간단하게 직접 확인할 수 있다면, 과제를 통해 공간적 제약에서 벗어나 실생활과 관련된 살아있는 교육으로 바꿀 수 있다. 그래서 간단한 과제를 많이 낸다.
6. 그리고 감점이라는 표현을 가능한 사용하지 않는다.
선생님이 과제를 내는 이유는 너희들 기본점수 만들어 주려는 거야. 너희들이 간단한 사진 1장만 찍어서 올려도 선생님이 점수를 부여 할 거야. 그래서 과제만 충실히 해도 너희들 기본점수가 생겨.
감점이라는 부정적인 표현보다, 기본점수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 어렵지 않은 간단한 과제를 낸다는 느낌을 주면 학생들은 과제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갖지 않는다.
간단한 수업과 관련된 과제들을 제출받아 친구들이 제출한 과제와 서로 비교해 보는 것 만으로도 상당한 학습효과도 볼 수 있다.
7. 그리고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넘겨 갈등이 될 만한 요소를 제거한다.
선생님이 과제를 내는 목적은 너희들 감점하거나 괴롭히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고 했지? 마감날짜 까지 과제를 제출해야 하지만, 만약 마감날짜가 지나더라도 누구든지 선생님을 찾아와 합당한 사유를 가지고 설득하면 왠만하면 추가로 다 받아 줄거야. 왜냐하면 선생님은 너희가 과제를 통해 학습내용을 더 잘 이해하는게 목적이기 때문이야.
위에서 길동이와 같은 학생이 생기면, '그래 과제는 이미 다 했다는 거지? 그럼 오늘까지 낼 수 있니, 오늘까지 추가로 받아 줄께, 혹시 길동이처럼 과제를 했는데 제출이 안된 사람이 있으면 선생님께 이야기 하고 추가로 제출하도록 해라.' 단 반드시 미리 이야기 하고 제출해야 해.'
8. 몇년동안 이런식으로 과제를 받고 있는데, 한번도 항의를 받아본 적이 없다.
또 간단한 과제를 내면 학생들이 오히려 좋아한다. 본인 수행평가 점수가 올라간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물론 성적에 민감하지 않는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라 그럴 수도 있다. 학교마다 사정이 다를 수도 있다.
9. 중요한건 과제를 제시할 때도, 선생님의 일방적인 지시나 원칙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추가로 과제를 내기 위해 선생님을 설득할 건지 선택하고, 소통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야 한다는 점이다.
필자가 학생들에게 즐겨 하는 말이다.
선생님을 논리적으로 설득하면 바뀔수 있다. 그리고 선생님은 멍청(?)해서 잘 설득된다. 불합리하다고 판단되면 참지말고 분노하고, 논리적으로 선생님을 설득시켜라. 그럼 바뀔 수 있다.
<교과 학습방 이용하여 학생들 과제 확인하는 방법은 아래 링크 참고>
https://sciencelove.com/2494
<간단한 과제 개인과제제출방 이용하여 받는 방법은 아래 링크 참고>
예전 갈등 없는 학급운영 및 생활지도 비법 - 학생에게 선택권을 넘겨라 1탄은 아래 링크 참고
학생에게 선택권을 넘겨라 2탄은 아래 링크 참고
잘못을 스스로 말하게 하라(학생에게 선택권을 넘겨라 4탄)
수업시간에도 선택권을 넘겨라 - 행복한 수업 만들기